암이라고 하면 보통 위암, 폐암, 유방암 등 우리 몸의 장기에서 발생하는 암을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우리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게 하는 뼈, 연골, 근육, 지방, 혈관, 신경 등 '결합 조직'에서도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육종암(Sarcoma)'이 그것입니다. 육종암(肉腫癌)은 전체 암의 1% 미만을 차지하는 희귀암이지만, 그만큼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더욱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육종암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어떤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 주요 증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육종암이란 무엇인가요?
육종암은 '결합 조직(Connective Tissue)' 또는 '간엽 조직(Mesenchymal Tissue)'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우리 몸의 결합 조직은 뼈, 연골, 지방, 근육, 혈관, 신경, 섬유 조직 등 우리 몸을 지지하고 연결하며 형태를 유지하는 모든 비상피성 조직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육종암은 이들 조직이 있는 어떤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장 양상: 육종암은 주로 세포가 살처럼 부드럽게 증식한다는 의미에서 '육종(肉腫)'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초기에는 통증이 없는 혹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희귀성: 전체 암 중 약 1% 미만을 차지하는 희귀암으로, 소아암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약 15%)을 차지합니다.
전이 특성: 혈관이 풍부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만큼, 혈관을 타고 폐, 간, 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육종암의 원인
대부분의 육종암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육종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위험 인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전적 요인 및 유전 증후군: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 특정 유전자(TP53) 변이로 인해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 신경 조직에 양성 종양이 생기는 유전 질환으로, 일부 신경 조직의 악성 변성 위험이 있습니다.
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 유전: 망막모세포종을 앓았던 환자에게서 골육종 등 육종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 이력: 과거 다른 암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부위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후에 육종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화학물질 노출: 일부 특정 화학물질(예: 제초제, 비소 등)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카포시 육종(Kaposi's sarcoma)의 경우,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 8형(HHV-8) 감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림프부종: 유방암 수술 후 발생한 만성적인 림프부종 부위에서 혈관육종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외상: 외상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외상 부위에 종양이 발생하여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육종암의 종류
육종암은 발생하는 조직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분류됩니다. 크게 뼈에서 발생하는 골육종(Bone Sarcoma)과 그 외 연부 조직에서 발생하는 연부조직육종(Soft Tissue Sarcoma)으로 나뉩니다. 50가지가 넘는 세부 종류가 존재합니다.
가. 골육종 (뼈 육종)
골육종(Osteosarcoma): 가장 흔한 원발성 뼈암으로, 뼈를 만드는 세포에서 발생합니다. 주로 성장기 청소년에게서 무릎 주변이나 어깨 관절 부위에서 발생합니다.
연골육종(Chondrosarcoma): 연골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합니다.
유잉 육종(Ewing's Sarcoma): 뼈 또는 연부조직에서 발생하는 드문 암으로,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나타납니다.
척삭종(Chordoma): 척추 또는 두개골 바닥에서 발생하는 드문 뼈암입니다.
나. 연부조직육종 (Soft Tissue Sarcoma)
지방육종(Liposarcoma): 지방 세포에서 발생하며, 성인 연부조직육종 중 가장 흔합니다. 주로 허벅지, 종아리, 복강 내에서 발생합니다.
평활근육종(Leiomyosarcoma): 평활근 세포에서 발생하며, 혈관, 자궁, 위장관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횡문근육종(Rhabdomyosarcoma): 골격근 세포에서 발생하며,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머리, 목, 비뇨생식기 등에서 나타납니다.
섬유육종(Fibrosarcoma): 섬유 조직에서 발생합니다.
혈관육종(Angiosarcoma): 혈관 또는 림프관 내피세포에서 발생합니다.
악성 신경초종(Malignant Peripheral Nerve Sheath Tumor, MPNST): 신경을 둘러싸는 신경초에서 발생합니다.
활막육종(Synovial Sarcoma): 주로 관절 주변의 연부조직에서 발생하나, 활액막에서 직접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분화 다형성 육종(Undifferentiated Pleomorphic Sarcoma, UPS): 과거에는 악성 섬유성 조직구종(MFH)으로 불렸으며, 세포의 분화가 뚜렷하지 않아 조직 기원을 알기 어려운 육종입니다.
카포시 육종(Kaposi's Sarcoma): 혈관벽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HIV/AIDS 환자)에게서 나타납니다.
4. 육종암의 증상
육종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양이 커지면서 주변 조직을 압박하거나 침범하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흔한 증상: 통증 없는 혹 또는 덩어리
몸의 어느 부위에서든 통증 없이 서서히 커지는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육종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통증이 없다는 점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이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기가 커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통증
혹이 커지면서 주변 신경이나 근육을 압박하여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뼈에 발생하는 육종암은 초기부터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기능 장애
종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팔다리: 운동 범위 제한, 부종, 감각 이상, 마비 등
복강 내: 복부 불편감, 통증, 소화 불량, 변비 등 (진행된 경우)
폐: 기침, 호흡 곤란 (폐로 전이된 경우)
병적 골절
뼈 육종의 경우, 종양으로 인해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신 증상 (진행된 경우)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피로, 발열 등 일반적인 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 몸에서 새롭게 만져지는 혹이 있거나, 기존의 혹이 갑자기 커지거나 통증이 생긴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깊은 곳에 위치한 혹(근육층 내), 5cm 이상으로 큰 혹, 빠르게 커지는 혹, 통증을 동반하는 혹은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5. 육종암의 치료법
육종암의 치료는 암의 종류, 발생 부위, 병기(진행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여러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협력하여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 수술 (외과적 절제)
육종암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가장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가능한 한 종양 전체를 주변의 정상 조직 일부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재발을 막기 위함입니다. 과거에는 사지 육종의 경우 절단 수술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수술 기법의 발전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의 발달로 **사지 구제술(limb-sparing surgery)**을 통해 팔다리를 보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절제 후에는 인공관절, 골이식 등으로 재건합니다. 복강 내 육종의 경우, 장기 손상 없이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항암 화학요법
수술 전(선행 항암요법) 또는 수술 후(보조 항암요법)에 시행됩니다.
수술 전 항암요법: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용이하게 하거나, 잠재적인 미세 전이 세포를 제거하여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목적입니다.
수술 후 항암요법: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미세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고, 전이 위험을 줄이며, 재발을 방지하는 목적입니다. 주로 도루비신, 이포스파미드, 젬시타빈, 탁솔, 에리불린 등 다양한 항암제가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사용됩니다. 전이성 육종암의 경우에도 생명 연장 및 증상 완화를 위해 항암 화학요법이 사용됩니다.
다. 방사선 치료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입니다.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수술 후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여 재발률을 낮추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통증 완화 등 증상 완화 목적으로도 사용됩니다. 뼈 육종의 경우, 수술이 어려운 척추, 골반 등에 발생하면 방사선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라. 표적 치료 및 면역 치료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 치료제나 면역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면역 치료제가 일부 육종암 종류(예: 위장관 기질 종양(GIST), 일부 지방육종 등)에서 효과를 보이며 연구 및 임상 적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마. 재활 치료 및 추적 관찰
수술 후에는 반드시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통해 기능 회복을 돕습니다.
육종암은 재발 및 전이율이 높으므로,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영상 검사(CT, MRI, PET-CT) 및 혈액 검사를 통해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육종암은 희귀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암입니다. 따라서 몸에서 만져지는 혹이 있거나,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기 발견과 다학제적인 전문 치료를 통해 육종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